상단영역

최종편집 2024-04-28 08:30 (일)
  • 서울
    B
    16℃
  • 경기
    B
    14℃
  • 인천
    Y
    16℃
  • 광주
    Y
    15℃
  • 대전
    Y
    13℃
  • 대구
    Y
    17℃
  • 울산
    Y
    17℃
  • 부산
    Y
    17℃
  • 강원
    B
    14℃
  • 충북
    Y
    15℃
  • 충남
    Y
    13℃
  • 전북
    Y
    16℃
  • 전남
    H
    15℃
  • 경북
    Y
    17℃
  • 경남
    Y
    17℃
  • 제주
    Y
    17℃
  • 세종
    Y
    13℃

본문영역

“교회 청년들 손주 같아”… ‘가보다 프로젝트’에 할아버지 함박웃음

[축소사회 홀리 브리지] (1)다시 쓰는 교회의 길
(6)현장을 가다
⑤ 강남동산교회·소망교회

  • 기사입력 2024.03.26 03:05
  • 최종수정 2024.03.26 06:30
  • 기자명 김동규
권현구(오른쪽 두 번째) 할아버지가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한 빌라에서 강남동산교회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소망교회 제공
권현구(오른쪽 두 번째) 할아버지가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한 빌라에서 강남동산교회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소망교회 제공


서울 강남동산교회(고형진 목사)에서 대로를 따라 약 5분 정도 걸어가면 빌라촌이 나타난다. 지난 24일 오후 길 한가운데 머리가 하얗게 물든 노년의 남성이 서성이고 있었다. 교회 방문객들을 기다리는 권태수(84) 할아버지였다. 기자와 동행한 교회 청년들이 인사를 건네자 권 할아버지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어이구 다들 오느라 고생 많았네. 날이 너무 더워서 땀이 다 난다. 얼른 방으로 들어와.”

권 할아버지의 집에 들어선 강남동산교회 청년 5명과 권 할아버지는 둥글게 앉아 자연스럽게 지난 한 달간 있었던 이야기를 풀어갔다.

목욕탕에서 샤워를 시원하게 했다는 자랑부터 시계를 수리한 얘기까지 다양했다. 누군가에게 있어 시시콜콜해 보이는 대화시간이었지만 권 할아버지에겐 힘을 얻는 순간이기도 했다. 권 할아버지는 “우리 교회 청년들이 다 손주 같고 너무 이쁜 것 같다”며 “항상 이 시간을 기다린다. 젊은 기운을 받아 살아갈 활력을 얻는 순간”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강남동산교회는 매월 넷째 주일이 되면 청년들이 지역사회로 흩어져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실천하는 이른바 ‘가보다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름 그대로 도움이 필요한 곳에 가본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청년들은 노숙인을 위해 식사를 대접하는 ‘야탑역 따뜻한 밥차’ 봉사를 가기도 하며, 서울농아교회(남상석 목사) 예배에 찾아가 농아인들과 함께 예배하고 소통한다. 또 다른 청년들은 ㈔오픈도어(이사장 박민선)와 함께 여성장애인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과 독거노인 집에 방문해 그들의 힘이 돼 준다. 그래서 넷째 주는 강남동산교회 청년부 외에도 독거노인을 비롯해 노숙인과 시설 보호자 등 모두가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안빈(21)씨는 “사역에 참여하는 날은 항상 사랑을 전하러 갔다가 되레 사랑을 받고 돌아오는 날”이라며 “매월 넷째 주일만 기다려진다. 오늘도 사역에 참여하려고 일을 마친 뒤 달려왔다”고 귀띔했다.

 

소망교회 교인들이 '함께 예배하러 가요' 프로그램 초청 카드를 작성하고 있는 모습. 소망교회 제공
소망교회 교인들이 '함께 예배하러 가요' 프로그램 초청 카드를 작성하고 있는 모습. 소망교회 제공


이같은 사역을 시작한 계기가 있다. 2022년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쪼그라들었던 교회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했다. 이에 청년부는 봉사 활동을 시작하자고 입을 모았다. 박승율 강남동산교회 부목사는 “하나님이 진정 기뻐하시는 일이 뭘까 청년들과 함께 고민했다”며 “도움이 필요한 곳에 일단 봉사활동을 ‘가보자’고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사역 초반에는 청년들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면 모두 찾아 갔다. 유기견 보호소와 노숙인 복지시설, 독거노인 복지재단…. 다들 만족하는 눈치였으나 일회성 만남으로 그쳐 아쉽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박 목사는 “지속 가능한 섬김의 필요성을 느꼈고 그렇게 가까운 곳에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을 수소문했다”며 “강남이란 도심 지역에서도 생각보다 많은 곳에 청년들의 도움이 필요했고 그들을 섬기기로 마음을 모았다”고 말했다.

강남동산교회의 사랑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청년들은 자발적으로 선교헌금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이 헌금은 축소사회로 쪼그라든 지역 가운데 하나인 전남 곡성으로 흐른다. 교회는 양계축사를 운영하는 곡성선한이웃공동체(이형균 목사)와 연계해 유기농 달걀을 구매한다. 이 달걀은 어르신들의 선물 또는 노숙자들의 일용한 양식이 된다.

이형균 목사는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젊은 청년들이 농촌 교회가 자립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으고 도와주는 것이 참 기특하다”며 “또 청년들이 펼치는 사역에 마음을 함께할 수 있어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축소사회 극복을 위해 앞장서는 교회 사례는 또 있다.

서울 소망교회(김경진 목사) 국내선교부(부장 지준 장로)는 ‘함께 예배하러 가요’ 프로그램을 통해 도시교회와 지역 미자립교회를 잇는 가교가 되고 있다. 교인이 늘지 않아 사역자가 외롭게 지켜야 하는 전국 각지의 교회를 소망교회 교인들이 직접 방문해 함께 예배 드리고 기도와 헌금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교회 국내선교부는 전국을 수도권과 경기·강원·충청·호남·영남팀 등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촘촘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소망교회 교인들은 지역 작은교회 대소사를 직접 챙긴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안성 매산교회 노성철 목사 은퇴예식에는 김경진 목사를 비롯해 국내선교부 장로 2명과 임원, 교인들이 참석해 농촌교회 목회자의 목회 여정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노 목사는 1981년 이 교회에 부임한 뒤 지역사회를 섬기는 사역을 이어왔다.

지준 장로는 “오랫동안 전국 미자립교회에 재정 지원만 해 왔는데 현장을 너무 모른다는 아쉬움이 커 직접 방문하게 됐다”면서 “미자립교회 교인들과 우리 교인들이 함께 예배 드리며 동일하게 부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며 ‘함께 예배하러 가요’ 프로그램이 날로 풍성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 장로는 “한 번 다녀오신 분들이 지속해서 자신이 다녀온 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헌금하는 걸 보면서 무척 보람이 크다”고 전했다.

글·사진=김동규 기자 kkyu@kmib.co.kr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인기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인기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