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초저출산국’ ‘합계출산율 0.6명대 전망’ ‘흑사병이 창궐한 14세기 유럽보다 인구 감소가 빠른 나라’…. 국내외 언론이 최근 보도한 한국의 저출산 실태 단면이다. 매해 합계출산율 최저치를 경신하는 우리 사회의 저출산 현상은 집값과 사교육비 증가, 가족·출산 가치관 변화, 극단적 경쟁 사회, 일·가정 양립 불가능 등 복합적 원인이 빚어낸 결과다. 2002년부터 20년 넘게 지속된 초저출산(합계출산율 1.3명 이하) 현상을 극복할 대안은 과연 존재할까. 목회자와 정신과 전문의, 사회복지학자 4명에게 현 사회 진단과 대안,
‘합계출산율 0.65명.’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 성적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합계출산율 1.0명 아래에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자녀를 낳지 않는 ‘딩크족’(DINK·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이 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신혼부부 통계’에 따르면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 비중’은 전체의 절반 가까운 46.4%(37만8000쌍)로 전년 대비 0.6% 포인트 늘었다. 하지만 저출산이 딩크족 부부만의 책임일까.국민일보는 최근 딩크족 부부 세 쌍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녀를
‘다음시대’는 김병삼(60) 만나교회 담임목사가 다음세대를 대신해 제안한 개념이다. 다음세대에 관한 관심에 묻혀 자칫 다가오는 다음시대를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이런 제안을 한 이유다. 추상적인 다음세대가 아니라 저출산과 고령화, 결혼과 출산, 양육 문제를 한 데 묶는 종합적 고민과 대책 마련이 다음 시대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는 게 김 목사의 지론이다. 그는 이런 고민을 통해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교회의 새로운 길을 열어나갈 수 있다고 봤다. 국민일보는 축소사회 홀리브리지 ‘하나님의 선물 아이좋아 시즌2’를 시작하면서 지난달 2
서울 강남동산교회(고형진 목사)에서 대로를 따라 약 5분 정도 걸어가면 빌라촌이 나타난다. 지난 24일 오후 길 한가운데 머리가 하얗게 물든 노년의 남성이 서성이고 있었다. 교회 방문객들을 기다리는 권태수(84) 할아버지였다. 기자와 동행한 교회 청년들이 인사를 건네자 권 할아버지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어이구 다들 오느라 고생 많았네. 날이 너무 더워서 땀이 다 난다. 얼른 방으로 들어와.”권 할아버지의 집에 들어선 강남동산교회 청년 5명과 권 할아버지는 둥글게 앉아 자연스럽게 지난 한 달간 있었던 이야기를 풀어갔다.목욕탕에서
경남 밀양은 인구소멸지수가 0.20%인 ‘인구소멸 고위험지역’에 속한다. 밀양시에 따르면 현재 밀양 인구는 10만1806명으로 2016년 10만8354명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다. 하루에 태어나는 신생아 수가 0.9명인 데 비해 사망자는 3.3명, 전출은 31명으로 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곳에서도 다음세대에 복음의 씨앗을 심고 어르신들에게 삶의 기쁨을 주며 지역을 지키는 목회자들이 있다. 고향 교회 지킬 다음세대 키운다 밀양역에서 차로 20~30여 분을 달리다 보면 상동면 신곡리 산어귀에 자리 잡은 별빛성결교회(김
전북 완주군 위봉교회(안양호 목사)는 해발 600m에 가까운 고지대에 자리한 ‘두메산골 교회’다. 전주역에서 차로 30여분 거리로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린 뒤 도착한다. 초대형 크리스마스트리와 여러 악기와 음향 장비가 실린 버스킹(길거리 공연) 트럭을 지나면 트랙터와 굴착기 등 농기계로 가득한 교회 앞마당이 나온다. 안양호(62) 목사가 고물상 등에서 자비로 구매해 직접 수리·도색한 것들이다.지난달 29일 교회에서 만난 안 목사는 “그간 모은 농기계가 100대 가까이 되는데 군청에서 보관소도 지어줬다”며 웃었다. 마당을 지나 계단을
귀농·귀촌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다. 귀농은 농사나 축산업에 종사하기 위해 이주하는 걸 말하고 귀촌은 도시에서 농어산촌으로 주소지를 옮기는 걸 뜻한다.바람직한 귀농·귀촌은 모두에게 유익하다. 도시보다 빠른 속도로 인구가 줄고 있는 농어산촌에 외부에서 인구가 유입하면 지역소멸을 피할 수 있다. 도시인들도 평소 꿈꾸던 귀농·귀촌에 성공하면 전원 생활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도시 생활에 젖어 있는 이들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거나 원주민과 갈등을 빚다 다시 짐을 싸는 일이 비일비재하다.하지만 복잡한 귀농·귀촌 현장에서 해결사가 된 이들이
소멸 경고등이 켜진 부산 영도구의 한 교회가 1년 예산 중 3분의 1을 어린이 사역에 썼다.지상 주차장을 밀어버린 자리엔 녹색 인조잔디를 깔았다. 뛰놀다 지친 아이들은 교회 안에 마련된 어린이를 위한 편의점에서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달란트로 직접 구입해 먹는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지 오래인 제주 구좌읍의 한 교회는 빚을 내 교회 마당에 복합 놀이 공간을 지었다.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에 아이들과 부모들은 교회로 돌아오고 있다.이은주(49) 영도성광교회 사모는 주일이 되면 교회 편의점 문을 연다. 어린이 편의점의 상호는 ‘JCU25
국민일보 ‘축소사회, 홀리 브리지’팀은 목회자가 던진 11개의 질문(2024년 2월 6일자 37면)을 ‘교회론’ ‘다음세대’ ‘교회 공공성’ ‘평신도 사역자’ 등 4개 분야로 나눴다. 이어 김선일(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 김인수(감리교신학대) 양현표(총신대) 임성빈(장로회신학대) 주상락(미국 바키대학원대·가나다 순) 교수로부터 이들 4개 분야에 대한 ‘교회의 역할’을 청취했다.신학자들은 사회보다 훨씬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는 한국교회가 고착화된 전통에서 벗어나 청년들의 참여 기회를 확대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교회가 사회문제 해결
“‘선교적 교회론’은 초대교회의 존재 양식 그 자체다. 작금의 한국교회 역시 구제와 나눔으로 대표되는 초대교회의 존재 양식을 취하지 않는다면 살아남기 어렵다.”(양현표 총신대 신학대학원 교수)“엔데믹 이후 사람 간 만남이 회복되고 있다. 다시 접촉이 가능해진 지금, 교인들이 일상 속 ‘선교적 삶’을 살도록 교회가 이끌어야 한다.”(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 교수)코로나19 팬데믹을 거쳐 심각한 저출산으로 인한 ‘축소사회’ 역풍을 맞고 있는 한국교회에 선교적 교회론을 연구한 두 신학자가 밝힌 해법이다. 국민일보는 현장 목회자 6인
지난 3년간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는 ‘모이는 데 힘써야 하는 교회’에 직격탄을 날렸다. 감염병 확산방지를 이유로 교회 문은 폐쇄됐고 온라인 예배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교회에 가지 않아도 예배를 드릴 수 있다는 사인은 교인들의 주일 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교인 중에는 팬데믹 종식 후에도 모이는 예배와 온라인 예배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교회의 현실서울 종로구의 A교회 B목사는 22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코로나 전 교세를 거의 회복했고 헌금도 늘었다”면서 “비대면 기간에 교회에 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밑그림 주위로 어린이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크레파스를 들고 그림을 완성해 가는 아이들의 손길이 사뭇 진지하다. 지난 18일 경기도 부천 성만교회(이찬용 목사)에서는 방학을 맞은 초등학생 아이들의 미술 활동이 한창이었다. 대안학교 미술 교사인 김수영(58·여) 권사가 진행하는 수업에는 초등학생 20여명에 보조교사 3명이 참여했다.방학은 맞벌이 부부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자녀의 돌봄 공백이 커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지역 교육청마다 돌봄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추첨 순위 안에 들지 못하면 이용이 쉽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촉발된 축소사회는 교회 규모와 사역도 크게 위축시켰다. 전 세계적으로 팽배한 탈종교화 기류는 물론 기독교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 신뢰도 하락도 ‘축소교회’를 부추겼다. 세속화와 종교에 대한 실망으로 시작된 탈종교화는 10~20대 젊은 층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기독교에 대한 낮은 호감도 역시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국내 종교인구 37%, 24년 만에 최저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와 목회데이터연구소가 2022년 성인 91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인의 종교 생활과 신앙의식 조사’에 따르
우리사회 전방위적으로 밀려드는 ‘축소사회’ 여파는 교계의 청년 연합 조직도 강타했다. 1924년 ‘기독청년면려회 조선연합회’로 시작해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산하 지역 청년회전국연합회도 타격이 컸다.청년회전국연합회는 일제강점기 항일운동과 한국전쟁 당시 구국운동, 이후 군사독재정권에 항의하는 민주화운동에 앞장서며 기독 청년운동의 산실이었다. 하지만 인구 감소와 교세가 줄면서 조직은 약해지고 위축됐다. 전국 69개 노회에 조직됐던 지역 청년회연합회는 현재 17개밖에 남지 않았다.이같은 상황 속에서 ‘청년 조
“조심히 건너와요. 얘들아, 오늘도 반가워~.” 지난 3일 오전 8시 40분 강원도 영월 A초등학교 앞. 학교 보안관인 B씨가 등교생들에게 살가운 인사를 건넸다.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는 시간은 채 10분이 되지 않았다. 아이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B씨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10년 전에는 애들이 꽤 있었거든요. 학년당 6학급 정도는 있었는데 지금은 3학급씩 남았습니다.” 10년 전 800여명에 달하던 학생들은 현재 500여명으로 쪼그라들었다. 50대가 테니스동호회원 막내지난해 3월
경북 구미의 중형교회인 A교회는 최근 교회학교 내 교육부서인 유년부와 초등부를 통합했다. 한 부서의 학생 수가 10명 밑으로 떨어지면서 교역자 청빙이 어려워서다. 제주의 B교회 역시 같은 이유로 유치부와 초등부를 합쳤다. 성도 200~300명이 출석하는 중형교회지만 교회학교 학생 감소세가 예전 같지 않아 기존 부서를 유지할 수 없었다.‘저출산 재앙’에 직격탄을 맞은 전국 교회가 교회학교 부서 통폐합에 나서고 있다. 교회학교 통폐합은 수년 전만 해도 지방 소규모 교회만의 문제였으나 지금은 성도 100명 이하 규모의 전국 교회로까지 옮
지방 소멸을 넘어 ‘국가 소멸’을 우려하는 시대다. 통계청은 지난달 14일 장래인구추이를 발표하며 저출산 추이가 계속 이어진다면 10년 뒤엔 인구 5000만명 선이 무너진다고 예측했다. 앞서 지난달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인구 감소는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 감소를 능가한다”고 평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소멸 현상은 지방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23년 2월 현재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228개 가운데 절반 이상인 51.8%를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했다. 아이 울음소리뿐 아
황금기와 맞닿은 침체기서구교회는 20세기 들어서면서 복음의 황금기를 누렸다. 1900년대 초반 당대에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지상명령을 완수할 수 있다고 믿었다. 교파를 초월한 선교사들이 한데 모였던 1910년 에든버러세계선교대회가 당시 서구교회의 선교적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한 대목이다.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모인 1200여명의 세계 선교 관계자들은 1793년 윌리엄 캐리의 인도 선교 이후 폭발적으로 확장된 선교 현실을 진단하고 전략을 모색했다. 하지만 빠르게 퍼진 세속주의와 연이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경험한 뒤 자신감은 자취
한국교회는 그간 시대의 본질을 꿰뚫는 주요 의제를 한국 사회에 던져왔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6·25전쟁 시기 한국교회는 ‘순교’를 외치며 민족 독립과 조국 재건에 앞장섰다. 산업화와 민주화 시기엔 ‘부흥’이란 목표를 드높이며 국민에게 희망과 긍정이란 성장 동력을 제공했다. 동시에 경제 성장 속에서 소외된 이웃의 인권 개선에도 온 힘을 다했다.하지만 이후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에 던진 의제는 사실상 전무하다. 경제·문화적 수준이 선진국 반열로 발돋움한 가운데 이념·성별·세대 갈등 및 빈부 격차가 주요 사회 문제로 부상했음에도 여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