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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놀아주고 가슴으로 사랑하니 마음 문 열고 아이들 찾아와

[축소사회 홀리 브리지] (1부) 다시 쓰는 교회의 길

(6) 현장을 가다

④ 밀양 별빛성결교회·초동교회

  • 기사입력 2024.03.19 03:04
  • 최종수정 2024.03.19 06:18
  • 기자명 박용미

경남 밀양은 인구소멸지수가 0.20%인 ‘인구소멸 고위험지역’에 속한다. 밀양시에 따르면 현재 밀양 인구는 10만1806명으로 2016년 10만8354명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다. 하루에 태어나는 신생아 수가 0.9명인 데 비해 사망자는 3.3명, 전출은 31명으로 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곳에서도 다음세대에 복음의 씨앗을 심고 어르신들에게 삶의 기쁨을 주며 지역을 지키는 목회자들이 있다.
 

고향 교회 지킬 다음세대 키운다

 

경남 밀양의 별빛성결교회 청소년들이 지난 1월 서울 마포구 양화진외국인선교사 묘원을 방문해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별빛성결교회 제공
경남 밀양의 별빛성결교회 청소년들이 지난 1월 서울 마포구 양화진외국인선교사 묘원을 방문해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별빛성결교회 제공


밀양역에서 차로 20~30여 분을 달리다 보면 상동면 신곡리 산어귀에 자리 잡은 별빛성결교회(김태군 목사)가 나타난다. 주민들의 생계수단인 감나무와 함께 민가가 띄엄띄엄 있을 뿐 유동인구도 많지 않은 곳이다. “감을 수확하는 가을과 이를 팔고 가공하는 겨울에만 마을이 활기를 띠죠. 요즘에는 어르신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수다 떨고 계실 거예요.”

지난 15일 교회에서 만난 김태군(54) 목사가 마을을 소개했다. 그는 14년 전 신곡리 복음화를 위해 이곳에 정착했다. 처음 3년여 간은 마을 어르신들이 인사만 받아주는 수준이었다. 오랫동안 씨족사회에서 유교 사상 속에 살아온 어르신들을 전도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귀한 선물이 들어오면 그대로 들고 마을회관 어르신들을 대접하던 그가 널리 알려진 것은 ‘전국 노래자랑’ 덕분이었다. 2017년 노래자랑에서 대상을 받고 ‘신곡리 인기스타’가 되면서 주민들이 조금씩 그를 찾아왔다. 그는 절기마다 성악가와 가수를 초청해 음악회를 열며 주민들의 문화적 필요를 채우기 시작했다.

지금은 펜션과 공유 숙소 등을 운영하는 성도 4가정을 비롯해 인근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청소년 10여명이 함께 주일예배를 드리고 있다. 청소년 중 일부는 초등학교 때부터 김 목사가 보살핀 아이들이다. 김 목사의 세 자녀가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 친구들이 교회에 자주 놀러 오게 되자 이들을 섬기는 토요별빛교실을 만들었다.

“다문화 가정이거나 조부모 밑에서 자라면서 어른의 사랑을 그리워하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아이들 밥을 해먹이고 다양한 직업군의 강사를 초빙해 비전세미나도 열고요. 몸으로 놀아주고 가슴으로 사랑하다 보니 아이들이 마음 문을 열더군요.”

지금은 토요일과 주일에 악기를 가르치며 거리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아이들의 감수성을 키우고 성취감을 길러주려는 노력이다. 내년에는 미국 대륙횡단을 하는 게 목표다. 허황한 꿈이 아닌 것은 이미 2018년 남가주사랑의교회 초청으로 아이들과 미국 서부지역을 탐방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여러 곳에서 후원을 받아 아이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에 김 목사는 항상 마음이 바쁘다.

“주일마다 아이들을 태우러 가는데 집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너무 기특해요. 주말에 어디 놀러 갈 수도 있는데 교회에 나오는 게 감사하죠. 내가 아니면 산골에 누가 와서 이 아이들을 돌보겠으며 또 아이들이 고향을 떠나면 앞으로 이곳은 누가 지켜요. ‘너희들에게 신곡리 신앙을 이어갈 중대한 책임이 있다’는 비전을 심어주려고 항상 노력합니다.”

 

 

성도뿐 아니라 주민들도 양떼 삼아


밀양 초동면 덕산리 초동교회를 담임하는 이용호(53) 목사는 목회 외에도 지역에서 맡은 사역이 많다. 지역아동센터 대표이자 작은도서관 관장이며 요양병원 사외이사, 함박웃음센터 사무국장, 소방의용대장까지 하루 일정이 바쁘다. 같은 날 밀양 한 카페에서 만난 이 목사는 “마을에서 필요로 하는 일을 하나씩 하다 보니 어느덧 명함에 넣을 직책이 가득 찼다”고 웃었다.

 

 

 

지역 어르신들이 지난해 밀양 초동교회에서 초등학교 과정을 공부하는 모습. 초동교회 제공
지역 어르신들이 지난해 밀양 초동교회에서 초등학교 과정을 공부하는 모습. 초동교회 제공


13년 전 그가 교회에 부임했을 때는 성도가 한 명도 없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순종하는 마음으로 교회를 맡게 된 그는 지역아동센터를 세워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지역을 둘러보니 한글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눈에 띄었다. 작은도서관을 열어 어르신을 위한 초등학교 졸업과정을 신설했다. 40여명의 어르신이 일주일에 3번씩 교회를 찾아온다.

이 목사는 “배우지 못한 것이 가슴에 한이 된 할머니들이 교회에 모여 서로 교제도 하고 수학여행도 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며 “90세 넘은 어르신도 얼마나 열심인지 모른다”고 귀띔했다. 현재 졸업반인 10명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내년엔 중학교 과정도 신설할 예정이다.

25명의 교회 성도 외에도 인근 요양병원 어르신, 진중교회 장병들 모두 그의 양떼다. 마을에서 제일 젊은 축에 속하는 그는 각종 궂은일에 불려 다니면서도 주어진 일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이다.

“제가 외지인이다 보니 텃세도 있었고 지역 주민들에게 서운한 점도 있죠. 제가 교회 성도만 바라보고 있었다면 포기했을 수도 있는데 교회를 벗어나 다양한 곳에서 여러 사람을 섬길 수 있어서 마음이 편한 것도 있어요. 제 힘이 닿을 때까지 지역과 주민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역하고 싶습니다.”

밀양=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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