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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Q sign #33] 나를 건져 주신 하나님

  • 기사입력 2024.03.27 14:56
  • 최종수정 2024.03.27 17:49
  • 기자명 전병선

 


얼마 후에 문을 두드려 다시 내다보니 아까 왔던 그 사람들이었다. 문을 활짝 열고 문을 등에 붙이고 선 채로 그들에게 나아갔다. 교회가 Hollywood로 이사하기 전인 Vermont길 사거리여서 교회 앞에는 사람도 차들도 많이 지나다니고 있었으므로. 그들은 내게 전기검사를 하러 왔으니 지하실로 안내를 하라고 지시를 했다.

“Basement? Our church has not basement. By the way, why you did not report first?(지하실? 우리 교회에는 지하실이 없어. 그런데 왜 먼저 통보를 하지 않았지?) 내 말에 주위를 둘러보며 멈칫거리던 그들이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멀어져 갔다. 나는 다시 교회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 얼떨결에 그들을 받아들였다면 무슨 일이 발생을 하게 됐을까. 순간마다 지켜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아닐 수가 없다.

콜로라도 덴버에서 살 때의 일이다. San Antonio, Texas에서 작은 아이네를 도와주다가 사위가 목사 안수를 받음과 동시에 Denver, Colorado로 옮겨와서 ‘홀로서기’를 하려고 다시 학교에 다녔다. 별별 아르바이트를 다 했다. 그렇게 졸업식을 마친지 한 달 만에 이름도 듣지 못한 Arizona 소도시의 부 사역자로 청빙을 받게 된 일이 있었다.

처음에는 도무지 그 이유를 헤아릴 수가 없었다. 더구나 그 교회에서 6개월도 못 되어 사표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니 “도대체, 왜?”라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내가 이해가 되고 아니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먼지 같은 작은 존재이고 하나님께 속한 사람이기 때문에 납득 이전에 순종해야 했다. 내게 그 일을 권면하신 분이 다른 분도 아닌 나성 순복음교회 국제 금식 기도원 원장이셨던 고 헬렌 목사님이셨기 때문이었다.

그분은 미국에 이민 와서부터 섬기기 시작한 교회에서 내 아이들의 교육전도사님이셨다. 아는 세월도 오래되었고 도움도 많이 받았고 존경하는 분이었기에 순종할 수 있었다. 만일 다른 사람이 그런 제안을 했다면, 십중팔구 그냥 웃어 버리고 말았을 테지만 말이다.

덴버에서 내가 살았던 아파트는 비교적 월세가 비싸지 않은 아파트였다. 수입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일단은 허름한 아파트를 얻어야 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니, 백인이 서너 명이었다. 동양인은 나 포함 세 명밖에 없었다. 4층 건물이 A, B, C, D, E, F, 여섯 동이 있었는데 입주자들 대부분이 이슬람교도인 무슬림들 이어서 금요일 저녁이 되면, 그 사람들이 드리는 예배로 아파트 복도에 연기가 가득 차곤 했다. 기독교인들이 구역 예배를 드리는 것처럼 그들은 음식들을 들고 집안 가득 모여서 향불을 피우곤 했다. 그러고 보니 그 동네엔 이슬람 교회인 모스크도 있었다.

한번은 바로 옆집 사람이 자기들의 예배에 참석하라고 제안을 해 왔다. 그러나 그 모임에 참석할 까닭이 없어서 거절했다. 그렇지만, 바로 옆집에 사는 그와 모른 체하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얼굴을 마주치게 되면 최소한 인사를 해야 하는 것이 인간 세상의 상식이니까. 그 집에는 작은 사내아이가 있었는데 아들이 일을 나가고 나면 같은 아파트 다른 건물에 사는 꼬맹이의 할머니가 손자를 돌보러 왔다.

그 아이의 엄마는 출산하는 과정에서 식물인간이 되었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그 할머니와 사내아이가 내 방에도 들어오게 되었고 벽에 걸어 놓은 십자가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아무리 소리를 죽여 성경을 읽고 기도를 한다고 해도 워낙에 거기가 거기니까 그 소리가 다 들리지 않겠는가. 더구나 방에 붙어있는 오래된 에어컨 소리가 너무나 요란스러워서 에어컨을 틀지 못하고 여름에는 방문을 조금 열어 놓곤 했다. 체인(chain)을 걸어 놓은 채 말이다. 복도에는 늘 시원한 냉기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하루는 침대에 기대앉아 발코니 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뭔가 허리끈 같은 것이 발코니 문짝 아랫부분에서 펄럭이고 있었다. 도대체 뭔가 싶어서 다가간 순간, 그것이 밖으로 나가려고 용을 쓰다가 문틈에 머리가 끼여 죽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림에서만 보아도 징그럽고 무서운 뱀이 내 방에 들어왔었다는 사실에 얼마나 오싹했는지 모른다.

2층인 데다가 그쪽 문을 연 적이 없으니 땅에서 기어들어 온 것은 아닐 테고, 아마도 누군가가 열린 앞 문틈으로 디밀어 넣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이미 죽어 있었기 때문에 나무젓가락과 신문지를 들고 가서 “예수의 피, 예수의 피, 예수의 피”를 외쳐가며 그놈을 갈가리 찢어서 해체해 버렸다. 이미 죽은 상태이기는 해도 그 몸에는 습기가 여전했다.

혼자 산다는 것은, 그 어떤 일을 닥쳐도 오로지 혼자서 해결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늘 아래 땅 위에 도움을 청할 곳은 오직 한 군데다. 나의 모든 것이 되시는 하나님뿐이다. 내가 갑자기 이사하게 되었을 때 나를 바라보던 이웃집 꼬맹이 할머니는 “아직 살아 있네?”라는 듯이 쳐다봤다. 사람의 눈이 그렇게 커질 수가 있을까 생각됐다.

자기 아들이 직장을 구할 때 도움도 주었건만, 그것은 그것이고 기도교인이 확실하니까, 그곳에 계속 머물렀다면 다른 방법을 계속 시도했겠지 싶다. 직접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저들의 경전에는 기독교인을 만나면 죽이라는 문장이 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 고생하면서 애써 공부를 한 것이 아깝다 한들, 하나밖에 안 되는 목숨과는 비교할 수 없을 터다. 느닷없이 만 67세가 된 할머니 목사를 애리조나 소도시의 부 사역자로 청빙을 받게 하셔서, 그 사망의 세력에서 벗어나게 하셨다는 사실을 훗날에 깨닫게 되었다.

“주는 미쁘사 너희를 굳게 하시고 악한 자에게서 건지시리라.”(데살로니가 후서 3:3)
“내가 너를 악한 자의 손에서 건지며 무서운 자의 손에서 구속하리라.”(예레미야 15:21)

2019년 3월에 발생한 일이다. 며칠 동안, 내가 저장해 놓지 않은 번호로부터 전화벨이 계속 울렸다. 나는 평소에 나 스스로 저장해 놓지 않은 전화는 절대로 받지 않는 사람이다. 잘못 걸려온 전화일 수도 있고 나쁜 사람이 걸은 것일 수도 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같이 기도를 드리는 전도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목사님, 내가 000 집사님에게 목사님 전화번호를 주었어요. 하도 목사님 번호를 달라고 해서요.”

그래서, 그다음에 다시 그 번호로 전화가 왔길래 받았더니 내가 섬기던 교회의 집사님이셨다. 그분은 진실하고 착한 분이셨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할 만한 분이셨다. 반가워서 무슨 일이시냐고 물었더니, 다짜고짜로 자기 아들의 추도식에 꼭 참석해 달라는 것이었다. “아들의 추도식?” 충격이었다. 사람이 한번 죽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누구의 자식이든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죽는다는 것은 대단히 슬픈 일이다. 나는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한 채 가슴이 먹먹해졌다.<계속>

◇김승인 목사는 1947년에 태어나 서울 한성여고를 졸업하고 1982년 미국 이민 생활을 시작했다. LA 기술전문대학, Emily Griffith 기술전문대학을 나와 패션 샘플 디자인 등을 했다. 미국 베데스다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북미총회에서 안수받았다. 나성순복음교회에서 행정 비서를 했다. 신앙에세이를 통해 문서선교, 캘리포니아에 있는 복음방송국(KGBC)에서 방송 사역을 했다. 미주중앙일보 신춘문예에서 논픽션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했다. 정리=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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