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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플렉스 시즌5] 기독 청년 ‘온라인 대나무숲’엔 性고민 넘실… 한국교회 숙제로

영성 플랫폼 ‘초원AI’ 들여다보니

  • 기사입력 2024.03.12 03:03
  • 최종수정 2024.03.12 06:24
  • 기자명 최기영


‘잘파세대(1990년대 중·후반~2010년대 이후)’ ‘MZ세대(1980년~2010년대 초)’ 등으로 불리는 청소년·청년세대의 특징 중 하나는 ‘보여주고 싶은 나’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나’의 명확한 구분이다. 알고리즘을 타고 셀프 브랜딩(개인 브랜딩)하는 게 익숙한 그들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엔 타인에게 부러움을 살 만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담긴다. 하지만 온라인 공간 한 편에서는 보여주고 싶지 않은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드러낸다. ‘에브리 타임’ ‘블라인드’와 같은 플랫폼이 대학생, 직장인들의 온라인 ‘대나무 숲’으로 높은 관심을 받는 이유다.

다음세대 크리스천들에게도 최근 눈에 띄는 현상이 있다. 신앙생활에 있어서 익명성이 보장되는 ‘비밀 고백의 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10~30대 크리스천들이 주 사용자인 인공지능 영성 플랫폼 ‘초원AI(옛 주님AI)’의 급성장으로 나타났다.

초원AI의 핵심 기능 중 하나는 이용자가 자신의 신앙적 궁금증을 거침없이 물어보고 성경을 기반으로 답을 얻는 ‘질문하기’다. 지난해 3월 서비스를 시작한 초원AI에는 1년 만에 70만여개(3월 8일 현재)의 질문이 입력됐다. 조회 수는 272만여 회에 달한다. 크리스천 청년들의 오늘을 심도 있게 들여다보고 그들의 신앙과 삶을 응원해 온 국민일보 갓플렉스는 초원AI와 함께 영적 호기심이 가득한 대나무 숲으로 들어가 봤다.

 

기독 청년 대나무 숲엔 성(性)이 가득

 

 

 


최근 1년간 ‘질문하기’에 등록된 내용을 항목별로 나눠 분석해본 결과, 상위 50개 중 최다 조회 분야는 ‘성적 욕망과 성관계’에 대한 것이었다. 50개 중 15개(30%)를 차지했다. 신학과 교리(12개), 대인 관계 및 연애(8개), 재정 및 헌금(5개), 신앙생활(3개) 등이 뒤를 이었다.

익명성이 보장된 만큼 질문 내용도 직설적이었다. ‘크리스천은 야동(야한 동영상)을 봐도 되나요’ ‘남자친구랑 진도는 어디까지 나가도 되나요’ 등 자신 또는 대인관계 속에서 겪는 솔직한 성(性)적 궁금증들이 눈에 띄었다. ‘예수님은 왜 남자로 오셨나요’ ‘십일조 내면 제 연봉이 공개돼 부담스러워요’ ‘조용히 기도하고 싶은데 통성 기도하라고 강요해요’와 같은 신앙적 호기심과 현실적 고민도 다수였다.

초원AI를 만든 어웨이크 코퍼레이션(대표 김민준)의 홍진우 프로덕트 매니저는 1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크리스천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 두 가지를 꼽으라면 짧게 편집된 설교 메시지와 인플루언서의 진솔한 신앙 고백”이라며 “이를 통해 크리스천들이 자신의 신앙적 호기심을 간접적으로 해소해왔다면 초원AI는 이를 직접 해소할 창구가 돼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10대부터 30대까지 연령대별로 다른 듯하면서 같은 질문들이 많았다”며 “나 역시 청년 크리스천이지만 이런 질문들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을 정도로 한국교회의 숙제를 발견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응답 못하는 한국교회의 현실


자료 분석에 동참한 다음세대 사역 전문가들도 1030세대의 질문에 한국교회가 제대로 응답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정평진 브리지임팩트사역원 대표는 “얼마 전 한 중고서적 판매점에 갔을 때 직원들이 입고 있는 티셔츠에 ‘Not busy(바쁘지 않아요)’라고 적힌 걸 보고 나는 얼마나 성도들을 위해 준비된 사람인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고 했다. 그는 “상담이나 심방 요청을 받을 때 ‘바쁘신데 죄송하다’는 말로 시작하는 성도들이 있다면 바빠 보이는 자신의 모습 때문에 영혼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사역을 점검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인화, 사생활의 선택적 노출 등의 특성을 보이는 세대에게 개인의 고민을 정죄하려는 듯 대하는 교회 공동체가 신앙적 호기심조차 솔직하게 공유하기 어려운 그룹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최유정 한국기독청년문화재단 코디네이터는 “청년 중에는 소수에게만 나눴던 고민임에도 주변에서 ‘괜찮냐 기도하겠다’는 이야길 들었을 때 깜짝 놀라는 이들이 많다”며 “중보기도란 이름으로 사생활과 관련된 내용이 쉽게 노출되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혼전순결 술 담배 관련 궁금증은 질문과 동시에 자신의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낙인찍히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분위기도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마음 문 두드릴 준비가 필요해


초원AI의 ‘질문하기’에 누적된 내용 중엔 ‘취업 면접 보러 왔는데 너무 떨려요’ ‘썸남(호감을 나눈 남성)에게 연락이 없어요’ 등 응원과 위로, 조언을 구하는 문장도 상당수였다. 하효선 한국기독청년문화재단 코디네이터는 “누군가에게 나의 고민과 고통을 털어놓고 내 고민을 타인이 걱정해준다는 것만으로 위로를 얻는 게 오늘의 청년세대”라며 “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건 정답이 아니라 공감의 마음일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교회가 이 같은 다음세대의 마음속 외침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창구를 다양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은희승 넥스트엠 대표는 “가장 중요한 건 청년들이 스스럼없이 터놓고 마음을 열어놓을 수 있는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감 신앙 관계맺음 같은 일상 영역부터 법률 비전 같은 전문적 영역까지, 그들의 고민을 듣고 마음을 어루만지며 현실적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상담 기관을 준비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 대표는 “신대원 시절부터 전문적인 상담 훈련이 이뤄져 향후 심방을 진행할 때 내담자의 진솔한 고민에 공감하는 예비 목회자로서의 담금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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