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최종편집 2024-04-28 02:50 (일)
  • 서울
    B
    15℃
  • 경기
    B
    10℃
  • 인천
    B
    11℃
  • 광주
    B
    11℃
  • 대전
    B
    12℃
  • 대구
    B
    16℃
  • 울산
    B
    13℃
  • 부산
    B
    15℃
  • 강원
    B
    11℃
  • 충북
    B
    13℃
  • 충남
    B
    10℃
  • 전북
    B
    13℃
  • 전남
    B
    11℃
  • 경북
    B
    15℃
  • 경남
    B
    15℃
  • 제주
    Y
    12℃
  • 세종
    B
    9℃

본문영역

[이명희의 인사이트] 부활절을 기다리며

이명희 종교국장

  • 기사입력 2024.03.26 07:16
  • 기자명 더미션

이 세상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고통이 없이 영원한

하나님 나라 가는 소망이다

가장 낮은 곳에 태어나서

우리의 죄를 대속해

십자가에 달리고 부활하신

예수 뜻 새기는 부활절이기를

“아빠가 천국에 있기에/ 우리는 소망이 있어요/ 천국은 더 이상 희미한 곳이 아니라/ 너무 기다려지는 영원한 집이 되었으니까요/ 아빠가 천국에 있기에/ 우리는 감사하며 사랑할 수 있어요/ 곁에 있는 우리 서로가 너무도 소중하기 때문이에요. (중략)”

얼마 전 경기도 파주 오산리에 있는 추모공원 크리스천메모리얼파크를 찾았다가 접한 시다. 유족들이 천국에 간 가족을 그리며 쓴 시 중 하나였다.

스물아홉 꽃 같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딸을 가슴에 묻은 부모는 유리로 나눠진 봉안실 여러 칸을 사서 액세서리와 오르골, 해외 도시를 포함한 사진들을 줄줄이 걸어놓았다. 피아노 치는 모습, 친구와 아이스크림 먹으며 다정하게 웃는 모습, 참척의 아픔을 겪은 부모 눈에는 어느 것 하나 시리지 않은 것이 있을까. 너무 이른 나이에 떠나버린 딸을 위해 사후에라도 아낌없이 주고 싶은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딸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는 빨간 우체통도 한켠에 자리하고 있었다.

열한 살 초등학생 아들을 사고로 잃은 엄마는 아래 칸 봉안실을 사서 바닥에 아이가 좋아했던 과자와 장난감을 늘어놓았다. 아이 친구들이 소풍 오듯 놀러 오고 부모도 자주 찾아 오랜 시간 머물다 떠난다고 한다.

어느 중소기업 회장을 모신 봉안실에는 성경책과 함께 공로패, 고인이 생전에 무척 즐겼던 골프공이 놓여 있었다. 위부터 아래까지 4칸의 봉안실 앞에는 의자가 놓여 있고 그 옆에는 화초와 졸졸 물이 흐르는 조경이 꾸며져 있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홀로 남은 노년의 부인은 매일 기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이곳에 와서 2~3시간씩 머물며 성경책을 읽고 남편을 추억하다가 돌아간다고 한다.

국가조찬기도회를 섬겼던 모 장로의 봉안실에는 청와대에 근무했던 당시 사진과 단란한 가족사진, 외손녀가 손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도 놓여 있었다. “할아버지 물어볼 게 있는데요. 천국은 어떻게 생겼어요? 천국에선 무슨 옷을 입어요? 하나님과 예수님과 아담과 하와 있어요? 보고 싶고 사랑해요.” 저마다 사연은 달랐지만 이 땅에서의 슬픈 이별을 참으며 천국에서 다시 만날 소망을 꿈꾸는 이들의 믿음이 느껴졌다.

그리스도인이 세상 사람들과 다른 것은 부활 신앙이 있어서다. 이 세상에서의 삶이 끝이 아니며 천국에 대한 소망이 있다. 우리 주변에는 예기치 않은 숱한 죽음이 있다. 갑작스레 친구나 직장 동료를 떠나보내기도, 사랑하는 이를 잃기도 한다. 사고와 재난, 전쟁으로 채 피지도 못한 어린 생명들이 짧은 삶을 마감하기도 한다.

사랑의 하나님이라면서 죄도 없는 갓 피어난 아이들을 불러가실 때는 하나님이 정말 계시는지, 자비의 하나님이 맞는지 의심하기도 한다. 하나님을 정말 잘 믿는, 새벽기도 다녀오던 기독교인들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거나 신실한 기독교인이 암 투병을 하다가 세상을 떠날 때는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는 하나님을 원망하기도 한다.

몇 주 전 사랑하는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직장 동료의 숭고한 믿음을 보면서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1년 전쯤 말기 암 판정을 받은 그의 아내는 남은 시간을 사랑하는 가족들과 보내는 데 집중하기로 하고 인위적인 연명치료를 거부했다고 한다. 교회에서 권사로 섬기며 독실했던 그는 천국에 대한 소망과 확신이 있었기에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였을 것 같다. 죽음이 끝이 아니며 고통도, 슬픔도 없는 하나님 나라에서 다시 만나 영원히 살 것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가족 또한 당장 인간적인 이별은 슬프지만 ‘요단강 건너 다시 만날 것’이라는 소망을 품고 있다.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기 전 고난주간을 지나고 있다. 예수님은 사흘 만에 부활하셔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시고 믿지 못하는 도마에게 “너는 나를 본 고로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 되도다”(요 20:29)고 꾸짖으셨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요 11:25~26)고도 말씀하셨다. 곧 부활주일이다. 가장 낮은 곳으로 오셔서 우리 죄를 대속해 죽으시고 흑암과 사망 권세를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뜻과 부활의 소망을 되새겼으면 한다.

이명희 종교국장 mheel@kmib.co.kr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기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인기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