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최종편집 2024-04-28 06:50 (일)
  • 서울
    B
    13℃
  • 경기
    B
    9℃
  • 인천
    B
    10℃
  • 광주
    B
    10℃
  • 대전
    B
    9℃
  • 대구
    B
    13℃
  • 울산
    B
    13℃
  • 부산
    B
    14℃
  • 강원
    B
    9℃
  • 충북
    B
    11℃
  • 충남
    B
    7℃
  • 전북
    Y
    12℃
  • 전남
    Y
    11℃
  • 경북
    B
    13℃
  • 경남
    B
    13℃
  • 제주
    Y
    12℃
  • 세종
    B
    7℃

본문영역

[신은정 기자의 온화한 시선] 망명하려 세례받는 난민은 가짜 신자인가

영국서 논란 불붙어

  • 기사입력 2024.03.23 03:04
  • 최종수정 2024.03.23 06:41
  • 기자명 신은정
영국의 기독교인들이 성공회 리버풀대성당 내 조슈아센터에서 예배를 드리는 장면. 조슈아센터 제공
영국의 기독교인들이 성공회 리버풀대성당 내 조슈아센터에서 예배를 드리는 장면. 조슈아센터 제공


‘191개.’ 기독교 단체가 운영하는 명문 학교에 보내려고 교회 등록을 했다가 자녀 입학이 결정되면 예배를 드리지 않는 학부모와 망명 신청을 염두에 두고 세례 받는 난민을 비교하는 글에 달린 댓글 수다. 최근 영국은 난민들의 가짜 기독교 개종 논란으로 시끄럽다. 난민이 영주권을 얻으려고 교회에서 베푸는 세례를 악용한다는 주장이다. 교회가 난민들에게 더 이상 속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구원을 받고자 하는 누군가의 소망을 두고 또 다른 누군가가 그 진실성을 평가하고 진짜와 가짜로 분류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논쟁의 시작은 영국으로 건너온 난민에게 여러 차례 세례를 집전한 영국성공회의 신부로부터 촉발됐다. 2018년부터 2년여간 성공회 교회에서 신부로 재직한 매튜 퍼스 목사는 기독교 세례가 난민의 망명 신청에 악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란이나 시리아 등 기독교를 인정하지 않는 국가에서 온 무슬림들은 기독교로 개종한 뒤 자국으로 돌아가면 핍박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퍼스 목사는 지난 12일 영국 런던 정부청사에서 열린 하원 내무위원회에서 망명 신청자의 세례 목적이 불순하다고 느낀 근거에 대해 “난민들에게 예배에 먼저 참석하라고 요청하자 세례 숫자가 곧바로 크게 줄었다”는 점을 제시했다. 그는 망명 신청 난민에게 기독교 신앙은 최종 목적이 아닌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망명 신청자의 세례가 ‘산업적 규모’로 일어나고 있다는 퍼스 목사 등의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톰 퍼스글로브 이민부 장관은 “망명 절차를 체계적으로 남용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못 박았다. 영국성공회나 침례교 가톨릭 등 교계도 교회를 찾는 모든 이들을 환영하고 절차에 맞게 세례를 주는 것은 문제 될 게 없다고 맞섰다.

영국 등 유럽에서는 한때 이슬람사원이 도움이 필요한 가난한 무슬림 난민을 외면해 비난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오갈 데 없는 난민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도움을 준 것은 다름 아닌 교회였다. 어느 사회든 교회는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취약한 계층을 돌봐왔다. 영국성공회 첼름스퍼드의 굴리 프란시스 데카니 주교도 지난 12일(현지시간) 하원 내무위원회에서 “난민을 따스하게 환영하는 분위기에 그들이 교회로 이끌릴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설령 난민 중 기독교 세례를 망명 신청의 수단으로 선택했다고 치자. 누가 그들의 신앙을 가짜라고 말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단 한 번의 회심으로 평생 흔들리지 않는 신앙을 유지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많은 이들은 평생을 무너지고 회개하며 신앙 성숙을 이루려고 애쓴다. 구원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세례를 결심했다가 종국에 진짜 기독교인이 된 난민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이에게 불순한 의도를 가졌으니 가짜 기독교인이라고 오명을 씌워 정죄해야 하는 걸까. 마태복음 25장 32~33절 말씀처럼 양(진짜)과 염소(가짜)를 구분하는 것은 우리의 할 일이 아닌 유일한 하나님의 몫이다.

현대를 사는 대부분 사람에게 기독교인이라는 타이틀은 쉽게 붙여지는 이름이다. 신앙생활에 대한 진지함이나 절실함 없이 명목상 교인에게조차 ‘선데이 크리스천’이란 이름을 지어 부르지 않는가. 교회 밖 일상생활에서 신앙의 일관성을 유지하지 않았다고 쉽사리 가짜 기독교인이라고 취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난민과 같은 이들에게는 기독교인이라는 명칭은 어렵게 얻어지는 것뿐 아니라 평생을 증명해야 하는 엄격한 과제처럼 보인다. 영국의 유력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연말 인도 등 이민자 교회가 쇠퇴하는 영국 교회에 성장을 선물하고 있다는 희망적인 교계 전망을 내놓았다. 이민자는 난민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기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인기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