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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운동부터 스테인드글라스까지… 역사·예술이 공존하는 곳

[전병선 기자의 교회건축 기행] <11> 공주제일교회

  • 기사입력 2024.03.23 03:03
  • 기자명 전병선
공주기독교박물관으로 변신한 공주제일교회 옛 성전의 예배당. 교회의 역사, 건축 역사 등이 각종 자료를 통해 전시되고 있다. 공주=신석현 포토그래퍼
공주기독교박물관으로 변신한 공주제일교회 옛 성전의 예배당. 교회의 역사, 건축 역사 등이 각종 자료를 통해 전시되고 있다. 공주=신석현 포토그래퍼

일제 강점기인 1919년 3월 2일 충남 부여에 독립선언서가 배포되고 만세 운동이 일어나면서 공주 상황도 급박하게 돌아갔다. 11일엔 일단의 군중이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다 연행됐고 15일엔 300여명이 만세운동을 벌이다 제지당했다. 4월 1일 공주시장에선 독립선언서 1000여장이 배포됐고 주민들은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다. 이 만세 운동 중심에는 공주제일교회가 있었다. 교회 성도인 영명학교 교직원과 학생들이 공주시장 만세운동에 앞장섰고 현석칠 목사와 교인들이 그 뒤를 따랐다.

독립운동가가 있다

공주제일교회 교인 중엔 독립운동가 유관순 열사가 있다. 유관순은 1916년 서울로 올라가기 전까지 공주제일교회를 다녔다. 당시 교회에 파송된 샤프 선교사의 아내 사애리시 선교사는 유관순의 총기를 알아보고 그를 서울 이화학당으로 보냈다. 유관순은 조선총독부가 휴교령을 내리자 고향 천안으로 내려가 아우내장터 시위를 주도했고 체포돼 일제의 고문으로 순국했다.

4월 1일 만세운동으로 옥고를 치른 유관순 오빠 유준석도 이 교회 성도다. 또 유관순의 사촌 올케로 이 교회 장로인 노마리아는 병천에서 유관순을 도왔다. 세 살 난 아기를 업고 만세를 불렀는데 사람들이 “아기 어머니는 그만 들어가세요”라고 했더니 “아기 엄마는 이 나라 백성이 아닙니까”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공주제일교회는 수원 이남 지역의 첫 감리교회로 선교의 거점이었다. 미국 감리회가 1902년 김동현 전도사를 파송했다. 이어 맥길 선교사, 샤프 선교사와 부인 사애리시 선교사, 스웨러 선교사와 부인 서사덕 선교사, 윌리암스(우리암) 선교사, 버스커크 선교사 등이 선교뿐만 아니라 의료·교육 사역을 했다. 명선여학교 영명학교 공주유치원을 세우고 공주기독의료원, 전국최초의 우유 보급소 등을 만들었다.

공주제일교회 옛 성전. 공주=신석현 포토그래퍼
공주제일교회 옛 성전. 공주=신석현 포토그래퍼

‘국민일보 교회건축 기행’이 공주제일교회(윤애근 목사)를 찾은 것은 역사적·선교적 가치뿐만 아니라 건축적 의미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예배당은 1902년 초가집 한 채에서 시작했고 1903년 두 채, 1909년 미국의 이름 없는 이의 헌금으로 완공된 ‘협산자 예배당’, 1931년 옛 성전, 2012년 새 성전으로 이어졌다. 옛 성전은 근대 기독교 건축물로 문화재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2011년 6월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고 2018년 5월에는 충남 제39호 공주기독교박물관으로 인가받았다. 6·25전쟁 때 폭격을 맞아 일부분 파손됐으나 1955년 수리해 복원됐다.

역사가 있다

드론으로 찍은 새 성전과 옛 성전. 정사각형 모양의 심플한 건물이 새 성전이다. 공주=신석현 포토그래퍼
드론으로 찍은 새 성전과 옛 성전. 정사각형 모양의 심플한 건물이 새 성전이다. 공주=신석현 포토그래퍼

지난 7일 교회를 찾았다. 공주 백제큰다리를 건너 제민천을 따라 내비게이션이 안내한 곳에 도착했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새 성전. 건물 전체가 하나의 사각형 덩어리로 구현됐다. 십자가가 서 있는 건물 옥상의 작은 정사각형 구조물까지 일체감을 줬고 전반적으로 간결하면서 절제된 형태를 띠었다.

옛 성전을 찾아 눈길을 우측으로 돌리자 3층짜리 빨간벽돌 상가에 그려진 벽화가 눈에 띄었다. 이 교회 권사인 공주기독교박물관 박보영 부관장은 “상가건물 주인이 공주제일교회 권사여서 벽화를 그릴 수 있었다”며 “하나는 1902년 최초 예배당인 초가집을 배경으로 찍은 성도들 사진이고 다른 하나는 사애리시 여사와 유관순 열사”라고 설명했다.

새 성전과 벽화 사이에 있는 옛 성전은 빨간 벽돌 건물로 고딕 양식을 따랐다. 예배당은 1979년 성전 개축 때 단상과 출입구 쪽 위치를 바꿨고, 폭격 전 측면에 있던 십자가 탑은 현재 모습대로 정면에 뒀다. 정면엔 예배당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겉에서 볼 때 건물은 두 개의 층으로 구성됐다. 위 예배당은 벽돌로, 아래 반지하 부분은 돌로 쌓아져 있다. 박 부관장은 “돌로 쌓은 아랫부분은 1931년 건축한 그대로다”며 “6·25 때 건물의 상층부만 파손됐다”고 설명했다.

옛 성전 지하에 마련된 역사관. 공주의 만세운동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공주=신석현 포토그래퍼
옛 성전 지하에 마련된 역사관. 공주의 만세운동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공주=신석현 포토그래퍼

실내는 박물관으로서 다양한 역사 자료가 전시돼 있다. 교회 개척, 공주 지역의 선교 의료 교육 사역 등을 사진과 자료로 볼 수 있다. 교회 건물의 역사와 개요 등이 사진과 모형으로 진열돼 있고 6·25 때 파손된 교회 사진과 1907년 샤프 선교사가 사용한 오르간이 남아있다.

예술이 있다

옛 성전 예배당의 단상. 예배당 뒤편 스테인드글라스는 이남규의 초기 작품으로 삼위일체 신앙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했다. 공주=신석현 포토그래퍼
옛 성전 예배당의 단상. 예배당 뒤편 스테인드글라스는 이남규의 초기 작품으로 삼위일체 신앙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했다. 공주=신석현 포토그래퍼

예배당 앞쪽엔 한국교회를 통틀어 첫 번째로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 있다. 이 교회 성도이자 한국 스테인드글라스 개척자인 이남규의 초기 작품으로 이전엔 성당에서만 스테인드글라스가 쓰였다. 삼위일체 신앙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해 성부 하나님은 빛, 성자는 종려나무, 성령은 비둘기와 빨간 성령의 불로 나타냈다. 교회 증축 때 설치했다. 박 부관장은 “보통의 스테인드글라스는 평면 유리에 색을 입히는데 이 작품은 3㎝ 두께의 유리를 잘라서 색을 입히고 구워 모자이크한 것”이라며 “가치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지하에는 선교사 유품, 교회 주보, 회의록, 일지, 도서지류 등 1만 여점이 전시돼 있다. 이 중엔 가장 유력하게 추정되는 유관순 사진도 걸려 있다. 1915년 공주 영명여학교의 선교사 가옥 옆에서 찍은 사진이다. 유관순 열사가 1914년부터 1916년까지 여기 있었기 때문에 거의 확실하다고 했다. 박물관은 전시공간 외에 지역민을 위한 공간으로도 사용된다. 이곳에서 결혼식도 하고 음악회도 열린다. 세미나 장소로도 이용된다. 관람객만 1년에 대략 3000여명이 온다고 박 부관장은 말했다.

새 성전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새 성전 터는 병원 자리였다. 이 교회 청년이 세브란스의전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이 자리에 병원을 세웠다. 공주지역 양의사 1호 양재순 장로다. 한 청년이 신앙으로 성장해 의사가 되고 그 의술로 지역을 섬겼으며 그 병원은 새 성전으로 세워졌으니 인도하심의 결과로 볼 수 있다. 덧붙여 새 성전은 2개의 공간으로 굵직하게 구분됐다. 1층 복합공간, 2층 예배당이다. 예배당은 천장에 빙 둘러 창을 내 빛이 들어오게 했다. 이 부분도 특별했다.



공주=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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