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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는 정말 ‘기독교 세계’ 였을까

[저자와의 만남] ‘중세와 그리스도교’(홍성사) 저자 박흥식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 기사입력 2024.03.21 17:55
  • 기자명 양민경
박흥식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가 지난 1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실에서 신간 ‘중세와 그리스도교’ 출간 계기를 설명하며 미소짓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박흥식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가 지난 1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실에서 신간 ‘중세와 그리스도교’ 출간 계기를 설명하며 미소짓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서양의 중세를 ‘암흑기’로 보는 세간의 통념은 그간 세계 여러 학자에 의해 꾸준히 반박돼왔다. 반면 중세를 정의하는 또 다른 표현인 ‘기독교 신앙이 지배한 시기’는 ‘고대는 이교도, 중세는 기독교, 근대는 탈기독교 시대’라는 도식 아래 상식처럼 통용됐다. 중세 1000년은 정말 기독교 신앙이 모든 걸 압도한 시기였을까.

박흥식(60)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가 이 통설에 반박하는 책 ‘중세와 그리스도교’(홍성사)를 최근 펴냈다. 특정 교회나 인물, 교리 등을 다루는 교회사의 범주를 넘어 중세시대 전반의 사건과 제도, 시대적 맥락을 포괄적으로 조명한 게 특징이다. ‘암흑시대도, 신앙이 지배한 시대도 아닌 중세의 입체적 모습을 그린다’는 목표로 책을 집필한 박 교수를 지난 1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책은 지난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그가 기획한 ‘홍성강좌’ 시리즈 중 하나다. 시리즈는 그를 비롯한 중견급 학자 4명이 그리스도교 역사를 5권으로 정리한 ‘대기획’이다. 4번째로 출간한 이 책과 출간 예정인 마지막 책 ‘종교개혁과 그 유산’은 박 교수가 집필한다.

중세 십자군과 이슬람 제국의 사라센 간의 싸움을 그린 삽화. 게티이미지뱅크
중세 십자군과 이슬람 제국의 사라센 간의 싸움을 그린 삽화. 게티이미지뱅크


집필할 때 그가 특히 신경 쓴 건 역사 기록의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기독교사의 경우 ‘신앙의 승리’가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십자군전쟁에 대한 서술이 대표적이다. 유럽과 이슬람 세계가 200여년간 충돌한 이 전쟁을 “교회사에선 대체로 원정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관점을 흐린다”는 게 박 교수의 지적이다. 일반 역사학계에선 이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는 “궁극적으로 신앙이 승리한다는 점은 저 역시 긍정한다. 하지만 현실 평가는 공정해야 한다”며 “유럽인 학자가 아닌 한국인 학자로 제3자적 시각에서 볼 수 있기에 좀 더 중립적으로 쓸 수 있었다”고 평했다.

중세를 ‘그리스도교 세계’로 보는 데 의문을 제기한 것 역시 기독교 역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성례전 체제의 확립으로 서양 중세인의 삶은 신앙을 기반으로 이뤄졌다는 게 통상적이다. 교황 중심의 수직적 교회 체계 역시 중세가 기독교 세계임을 뒷받침했다. 허나 이런 시각은 20세기 후반 미시사와 문화사 연구로 전기(轉機)를 맞았다는 게 박 교수의 주장이다.

중세 전성기엔 고딕 양식의 화려한 대성당이 여럿 건축됐다. 고딕 양식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손꼽히는 이탈리아 밀라노 대성당. 게티이미지뱅크
중세 전성기엔 고딕 양식의 화려한 대성당이 여럿 건축됐다. 고딕 양식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손꼽히는 이탈리아 밀라노 대성당. 게티이미지뱅크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에서 발견된 중세 이단 재판 기록에 따르면 유럽 민중의 삶은 교회의 가르침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신교적이며 주술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기독교 교리와 종교의식을 이해하는 경우가 적잖았다. 남프랑스 농촌 지역에선 공창도 관용됐다. 그는 “외양적으론 기독교 체제를 표방한 중세지만 교회가 민중의 삶을 철저히 통제하진 못했다”며 “당대 사회에 기독교적 이상이 얼마나 반영됐는지는 신중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책에는 이외에도 ‘수도원이 속세와 완전 단절된 세계는 아니’라거나 ‘성인 숭배 문화는 이교적 종교 전통에서 온 것’이며 ‘성 산업에 종교기관이 참여한 것’ 등 통념을 깨는 내용이 여럿 등장한다. 박 교수는 “과거에 대한 새로운 사실 규명은 현재를 사는 기독교인에게 풍부한 영감을 제공한다”며 “이처럼 의미 있는 교회사 연구와 연구자 양성에 한국교회가 더 관심을 갖고 지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학생 때 신앙생활을 시작했다는 박 교수는 “전공을 택한 배경에도 신앙이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기독교 정체성을 갖고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분야를 찾던 그는 “기독교 사회로 불리는 중세가 왜 암흑기로 분류되는지 알고 싶다”는 이유로 서양 중세사를 택했다. 이후 ‘중세 유럽 도시사’를 주전공 분야로 삼아 중세 사회경제사와 일상생활사, 교회사와 흑사병의 영향 등을 연구 중이다. 향후 이들 연구 분야의 책과 함께 중세 유럽의 대성당 시대를 다룬 서적도 펴낼 계획이다. 박 교수는 “균형 잡힌 역사 공부는 복음이 세상과 어떻게 관련돼 있는지를 보도록 도와준다”며 “이번 책이 한국 기독교인에게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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