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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의 소리] 신뢰의 평가

  • 기사입력 2024.03.19 03:04
  • 최종수정 2024.03.19 09:50
  • 기자명 더미션


“거버넌스는… 신뢰 유대를 기반으로 한다.” 북미의 신학기관 평가인증 평가영역 가운데 ‘거버넌스’를 설명하는 문구다. 미국 대학의 학내 의사결정 체제가 ‘공유 거버넌스’ 모델임은 대학 관계자라면 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기반이 ‘신뢰’임을 명시하는 북미신학기관협회(ATS)의 이해는 앞으로 더 많이 알려져야 할 탁월한 통찰이다.

미 고등교육기관이 ‘공유(shared)’ 거버넌스 모델로 운영한다는 것은 대학 운영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법인이사회가 그 의도와 기관의 사명에 부합하는 대학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지휘·자율권을 최고경영책임자(총장)에게 위임한다는 걸 뜻한다. 또 최고경영책임자는 교직원과 학생 등 여러 구성원과 협의해 이들의 우려와 요구사항 및 계획에 적절히 대응해 나가야 함을 의미한다. 이때 총장 직속의 최고학술책임자가 학위 과정 및 연구활동 일체를 교수진 및 학장단과 협의해 이끄는데 수석부총장이 있으면 일반적으로 최고학술책임직을 겸한다.

정리하자면 대학의 최고 의사결정권은 법인이사회에 있지만 그 운영권은 총장에게 위임돼 있고 학사권은 수석부총장 중심의 교수진에 위임된 체제가 바로 미국 대학의 ‘공유 거버넌스’ 모델이다. 참 단순하지 않다. 대학 법인이사회가 총장을 제외하곤 대부분 외부 인사로 구성되기에 더욱 그렇다. 이런 복잡한 구조에서 어떻게 원활한 운영이 가능할까.

앞서 언급했듯 ATS는 그 열쇠가 신뢰에 있다고 이해한다. 신뢰함으로 권한을 위임하고 신뢰함으로 집행 안건을 의결한다. 신뢰함으로 이사회가 세운 기관의 미션과 의도에 부합한 합의와 운영을 해 나간다. 하지만 신뢰라는 토대가 북미 신학기관의 거버넌스에만 국한될 건 아니다. 일반적으로 미국 대학의 법인 이사를 ‘트러스티(trustee)’라 지칭하는데 ‘수탁자’란 의미다. 사회적 경륜이 풍부한 외부 인사에게 그 운영을 신탁한다는 데서 유래한다. 여기서 운영을 신탁한 주체는 대학이다.

이러한 미국 대학 거버넌스의 배경에는 하버드대의 전례가 있다. 1636년 설립돼 1638년 개교했지만 재정난을 포함해 예기치 않은 어려움으로 대학은 1650년 법인화를 거쳐 대학 운영의 책무를 재단 측에 넘겨 오늘에 이르고 있다. 결국 근 400년이 돼가는 미국 대학의 문맥에서 공유 거버넌스란 ‘서로가 서로에게 위임한 권한 체제’라는 것이다. 오늘날 법인이사회가 총장과 교직원에게 위임하는 권한은 애초 대학이 이사회에 신탁한 권한이다. 이런 오랜 신탁(trust)의 전통이 하버드대라는 작은 신학대학에서 시작됐으니 ATS가 공유 거버넌스의 기반을 신뢰(trust)라 한 것은 미국 대학의 역사적 맥락과도 같이 한다.

물론 이런 이해가 늘 실천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얼마 전 필자는 ATS의 요청으로 미국 중부의 한 신학대학원 현지 방문 평가에 참여한 바 있다. 이때 평가단은 해당 기관의 이사회가 교수평의회의 책무에 지나친 영향력을 행세하고 있음을 관찰했다. 다행히 권위의 위임이라는 평가 준거를 제시했을 때 이사회가 이를 적극 수용하고 차후 개선한 게 고무적이었다. 이는 위임과 수임 사이의 경계가 불분명하던 상태에서도 구성원이 하나님의 뜻 가운데 ‘범사에’ 서로를 ‘신뢰하게 된’ 기쁨을 가졌기 때문이다.(고후 7:16) 기관 거버넌스의 평가, 이는 곧 그 구성원 간 신뢰의 평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속한 크고 작은 사회에서 다양한 구성원의 참여와 소통을 원활히 이뤄내야 할 상황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뢰는 우리에게 더없이 중요한 열쇠다. 그리고 기독교인은 ‘어릴 때부터’ 하나님 신뢰하기를 익혀온 소망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시 71:5) 그 노하우를 아낌없이 활용해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자.

박성현(미국 고든콘웰신학대학원 구약학 교수·수석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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